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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5-06-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못 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퍼뜨리는 요절복통 ‘행복 바이러...
가격비교



<고슴도치>,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 <3루수>, <여류 작가> 순으로 총 5편의 단편소설이 구성된 책이다.

중고서점에서 책이 빨간 것이 유독 튀어 읽어보게 되었다.


<고슴도치>

이노 세이지라는 야쿠자선단공포증을 이겨내려 병원을 찾아가면서부터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이노 세이지는 기오이 파의 중간보스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선단공포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와 동거하는 가즈미는 걱정이 되어 병원 예약을 해놓는 바람에 세이지는 병원에 가게 된다.

병원 신경과에 있는 이라부 의사에게 찾아간 세이지는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를 맞게 되어 화도 나고 어이가 없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더 찾아가면서 주사의 공포가 수그러질 때 쯤 조직에 혈판장을 찍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었고, 조직원들이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날카로운 것으로 자신의 손을 찌를 수 없는 세이지는 손가락을 자신의 이빨로 뜯게 되었다.

이렇게 한시름을 놓은 와중에 가즈미가 요시야스 파에 가게를 낸 것이 요시야스가 알게 되면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요시야스는 툭하면 칼을 꺼내는 야쿠자로 유명했고 이를 두려워한 세이지는 이라부를 찾아가 같이 동행할 것을 부탁했다. 알고보니 요시야스는 블랭킷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세이지는 책상 모퉁이도 뾰족해서 책상 끝을 잘라낼 정도로 선단공포증 증상이 심했는데 이라부가 멋대로 주사를 놓게 되면서 주사의 공포가 점점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무작정 겁내어 단정 짓고 포기한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높은 곳에 있거나 동물을 보는 건 괜찮지만 만지는 걸 무서워 한다. 높은 곳을 무서워해 롯데월드에 많이 갔지만 자이로드롭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동물은 어렸을 때 강아지가 예뻐서 머리를 만지려고 한 적이 있는데 강아지가 내 손가락을 무는 바람에 그 이후로 무서워했다. 최근에 친구 집에 가서 강아지가 예뻐해 달라고 내 주위를 맴돌 때 첨엔 무서워서 부동자세로 있었지만 딴 친구한텐 안가고 자꾸 내 앞으로만 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며 있는 것이 귀여워서 만지는 것 까진 성공했다. 안는 건 아직 도전 못 함.

높은 곳에 있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서른 살 전에 패러글라이딩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자이로드롭은 평생 도전 못할 것 같다.

요시야스가 블랭킷 증후군을 알았을 때, 세이지는 안도감과 묘한 동지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세이지가 앓고 있는 선단공포증은 남들에게 별 것이 아니듯이 요시야스의 블랭킷 증후군도 세이지에게 별 것이 아니고 남들에게도 별 게 아니다.

무언가를 겁낸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공포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니고, 무작정 무서워하기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부딪히고 이겨내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공중그네>

야마시타 고헤이는  신일본 서커스에서 오랫동안 일한 서커스 단원이다. 언젠가부터 공중비행을 할 때마다 실패를 많이 하게 되고 공중그네의 캐처인 우치다가 자신의 실수를 일부러 유도했다고 확신했다.

연기부 부장 니바는 고헤이에게 신경과에 가길 권유했고 거기서 이라부 의사를 만나게 된다.

고헤이는 자신이 얘기를 하면 잘 새겨듣지 않고 흘려듣는 이라부가 황당했지만 서커스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는 이라부를 서커스단에 초대하였다. 이라부는 서커스단에 쉽게 적응하여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나중에는 서커스 공연에 출연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고헤이는 우치다에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아내 에리에게 공연 중에 우치다를 녹화 해달라고 부탁하여 에리는 어쩔 수 없이 녹화를 한다. 공연에서 공중비행을 또 실패하게 되고 에리가 녹화한 영상을 보는 고헤이는 그 실패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고헤이는 녹화 영상을 봤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쿵 했을 것이다. 자신의 공중비행 실패 원인이 우치다가 아닌 자신이었다니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남 탓을 하게 되면 자신도 발전할 수 없고 듣는 사람도 기운 빠지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치다가 새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경계하는 바람에 더욱 단정 짓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때가 많은데 허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건방진 행동인 것 같고, 사람을 만날 때 잘 알지 못하면서 단정 짓고 바라보는 것은 정말 위험하며,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힘들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장인의 가발>

평소 장인어른 노무라 에이스케를 볼 때마다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 때문에 괴로워하던 이케야마 다쓰로는 대학 동창회에서 같은 진료과목 의사인 이라부를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다쓰로는 노무라의 사위가 되면서 그동안 점잖게 살았지만, 이라부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자신의 대담함과 장난기를 표출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렇지만 노무라를 볼 때마다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은 날로 더해갔다. 이라부는 가발을 벗기자는 제안을 했고 결국엔 노무라의 가발을 벗기는 데 성공을 했다.


친구나 직계가족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장인어른의 가발을 벗기는 행동은 대담하고 웃겼다.

나는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고 가는 사람을 보면 그 쓰레기를 다시 주워서 버린 사람에게 던지거나 가서 따지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다쓰로처럼 노무라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을 직접 실행에 옮긴 적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다쓰로만큼 그런 충동이 들끓었던 적이 많아서 한편으론 공감됐다.


<총평>

시간이 모자라 3편밖에 못 봤지만 3명의 환자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치료하면서 세상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행동하는 지혜와 당당하고 뻔뻔함을 닮고 싶다.